안녕하세요, 이 세상의 모든 다정한 엄마들!
우리 아이들 재우고 나서야 겨우 손에 잡는 책 한 권,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시죠? 오늘은 꽤 묵직하지만 참 의미 있는 책,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아내 추천으로 읽게 되었는데, 읽는 내내 육아하며 느꼈던 감정들이 많이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이 책은 1984년에 발표되었고, 1968년 프라하를 배경으로 한답니다. 작가가 직접 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이 좀 특이했어요. 음… 우리 아이들이 오늘 아침 뭘 먹었는지, 어제 뭘 했는지 기억하는 것도 가끔 헷갈리는 저에게는 이 정도의 비선형적인 구조는 애교 수준이었죠. (웃음)
엄마의 뇌를 살짝 간지럽힌 철학 이야기
사실 사랑 이야기는 술술 재미있게 읽혔는데, 그 안에 담긴 사랑과 삶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 그리고 소련과 체코의 복잡한 역사가 살짝 머리를 띵하게 만들었어요. "아이고, 우리 아이랑 공룡책 읽는 게 훨씬 쉽네!" 싶었달까요? 제 얕은 지식이 살짝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지만, 그래도 놓칠 수 없는 대작임은 분명했어요.
이 책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특히 토마시와 테레자의 관계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토마시는 자유롭고 가벼운 삶을 추구하는 의사, 테레자는 불안정한 현실에서 토마시 곁에 스스로 찾아온 여자예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이 둘의 관계를 보며,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때론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가볍고 행복하지만, 또 때론 막중한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기도 하잖아요? 토마시가 테레자를 만나며 겪는 내적 갈등이 마치 육아의 두 얼굴 같았달까요.
베토벤 음악에 비유한 구절은 정말 멋졌어요. "인간의 삶은 마치 악보처럼 구성된다. 미적 감각에 의해 인도된 인간은 우연한 사건을 인생의 악보에 각인될 하나의 테마로 변형한다. 그리고 작곡가가 소나타의 테마를 다루듯 그것을 반복하고,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것이다." 이 구절을 읽는데, 우리 아이들이 매일 일으키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이 저의 '육아 악보'에 새로운 테마로 기록되는 것 같았어요. 오늘도 밥상에서 뿜은 주스 한 방울이 언젠가 추억이라는 이름의 명곡이 될 수도 있겠죠!
또 다른 관계, 사비나와 프란츠
사비나와 프란츠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어요. 사비나는 속박 없는 자유를 꿈꾸는 화가, 프란츠는 안정된 삶을 박차고 격변의 세상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교수였죠. '진리 속에서 산다는 것?'에 대한 그들의 다른 생각은, 마치 육아 방식을 두고 부부가 다른 의견을 가질 때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때론 타협이 필요하고, 때론 각자의 방식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처럼요.
프란츠의 아내가 "사랑은 전투야. 나는 오랫동안 싸울거야. 끝까지."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육아도, 부부 관계도 때로는 지치고 힘들지만, 결국 서로를 위한 끈질긴 사랑의 '전투'가 아닐까 싶었어요. 엄마라서 전투력이 좀 더 올라가는 걸까요? (웃음)
엄마의 책임감,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무게
토마시와 테레자 이야기로 돌아와서, 토마시는 여러 여자들을 만나며 테레자를 불안하게 하지만,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Es muss sein (그래야만 한다!)"이라는 표현은 그가 느끼는 책임감, 즉 삶의 '무거움'을 상징합니다. 엄마라면 이 말에 격하게 공감할 거예요.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우리 아이들을 위한 '그래야만 하는' 책임감은 항상 우리를 일으켜 세우니까요.
서로에게 마치 지옥 같으면서도 결국 함께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부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때론 서로에게 지치고,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결국 서로의 존재가 없으면 안 되는 '참을 수 없는' 관계인 거죠.
책의 마지막 장, '카레닌의 미소'는 제 엄마 마음을 제대로 흔들었습니다. 테레자가 자신의 애완견 카레닌에게 보여준 사랑은, 강요하지 않는 순수한 자발적인 사랑이었어요. 카레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모습에 따라 바꾸려 들지 않았던 거죠. 이 부분을 읽는데 문득 우리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맞아요, 육아의 진정한 핵심은 바로 이거구나 싶었어요. 아이를 내 뜻대로 바꾸려 하기보다, 아이 자체를 온전히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 모습 그대로를 존중하고 지지해 주는 것. 우리 아이들이 저에게 보내는 그 해맑은 미소가 바로 '카레닌의 미소'와 다름 없다는 생각에 엄마 마음은 또 찡해지네요.
이 책은 삶과 죽음, 가벼움과 무거움, 책임과 자유, 영원과 순간의 사랑 등 모순적인 모습들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이 책의 표지가 밀란 쿤데라가 직접 그린 강아지 카레닌의 일러스트라는 사실은, 이 묵직한 이야기에 따뜻하고 다정한 여운을 더해주는 것 같아요. 겉모습은 강아지처럼 귀엽지만, 속은 심오한 책이라니… 마치 겉으로는 털털해 보여도 속으로는 아이 생각에 눈물짓는 우리 엄마들 같지 않나요? (하하)
10년, 20년 후에 우리 아이들이 자란 모습을 보면서 이 책을 다시 읽으면 또 어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그때쯤엔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는 다정한 할아버지가 되어 있겠죠?



